일본어 단어 외우기를 포기했다.
어디선가 언어는 단어를 얼마나 아는지에 따라 수준이 달라진다고 들었던 것 같다. 어설프게 기억하던 것을 따라 하기 위해 먼저 일본어 공부를 했던 지인에게 일본어 단어장들을 빌렸다.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서 봐라, 단어를 집안 여기저기에 붙여둬라, 출퇴근 시간에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외워라 등 조언에 맞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다. 그래서 나는 그 단어장과 조언들로 단어를 많이 외우게 돼서 일본어 실력이 늘었을까? 결과는 대실패였다. 일주일 만에 포기했다. (히라가나로 읽는 방법도 외워야 되고 한자까지 외워야 한다니.. 누가 일본어 처음은 쉽다고 했냐..)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지루함이었다. 나에게 일본어 단어 외우기는 지겹고 재미없었다. 그렇지만 단어를 알긴 알아야 뭐라도 될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재밌게 외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학습이 아닌 습득, 공부가 아닌 배움
언어 공부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유튜브에서 타일러님의 영상을 봤다. 타일러님이 말하는 언어를 잘하는 방법은 학습하는 게 아니라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공부는 도구일 뿐이고 공부는 배움을 돕는 친구라고 이야기하며 공부와 배움의 차이를 배우다의 어원으로 설명했다.
스며들다의 의미를 가진 타동사 ‘배다’에서 사역동사 ‘우’를 붙여 타동사 ‘배우다’가 되었으니 언어도 몸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타일러님의 영상은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해 줬다. 한국인으로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잊고 있었지만 사실 우리들은 한국어도 배운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한국어를 몸에 스며들게 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옛날 옛적에 어린이가 되자
내가 찾아낸 방법은 일단 어린이가 되는 것이었다. 내가 만약 엄마고 나라는 아이를 일본에서 키우고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고, 내가 진짜 어릴 때 우리 엄마가 해주셨던 것을 참고해 봤다.
1. 어린이가 되어 동화책을 읽자
우리 엄마는 내가 책을 안 읽어도 집에 책을 많이 사다 두셨다. 방 한쪽 전체에 천장부터 바닥까지 책만 꽂힌 큰 책장이 있었다. 동화책, 만화책, 동물과 곤충책, 어려운 책(?) 등 종류는 다양했던 걸로 기억한다. 가끔 심심하면 보게 됐으니 좋은 인테리어였다고 생각한다. (다 읽지 못하고 버렸지만.. 엄마 미안!)
그래서 내가 만약 엄마가 된다면 나도 책이 가득한 환경에 아이를 두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것을 일본어 배우기에 써먹기로 했다. 나는 단어를 외우는 대신 일본어로만 된 동화책을 듣고 읽기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약간의 오타쿠 생활로 일본어 콘텐츠를 어느 정도 소비한 이후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자연스럽게 습득한 상태였고, 주변에 일본과 관련된 사람들이 있어서 매일 적고 사용하는 환경에 강제로 둔 이후다.
이 이야기는 ‘일본어 독학 순서’에서도 말했던 거라 자세한 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2. 옛날이야기
책이 읽기 싫거나 히라가나 가타카나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유튜브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도 방법이다. 유튜브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추천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는 것. 한국어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느낌으로만 흐름을 알아채고 단어를 추측해 보는 게 훨씬 재밌다.
3. 어린이 유튜브 채널 구독
요즘 어린이들은 책보다 유튜브를 더 자주 본다. 나 역시 이 점을 활용해 일본어 학습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단순히 일본어로 된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일본 어린이들이 실제로 보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자주 시청하는 것이다.
어린이용 콘텐츠는 원래 어린이가 이해하기 쉽게 제작된다. 문장도 짧고 단순하며, 시각적 요소가 많아 단어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내용을 유추하기 쉽다. 특히 일본 어린이용 유튜브 채널은 반복적인 표현이 많고, 기본적인 단어와 문장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일본어 초보자에게 유용하다.
실제 내가 보는 채널을 몇개 공유한다.
처음에는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지 말고, 흐름을 파악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는 모르는 단어가 많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영상 속 반복되는 표현과 상황을 통해 의미를 유추하여 마치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처럼, 소리와 영상을 통해 일본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이전 포스팅부터 계속 말하는 것이지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교육적인 영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본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놀이 영상, 장난감 리뷰, 생활 습관 애니메이션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린이 유튜브를 꾸준히 시청하면 단어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발음과 억양까지 익힐 수 있어 일본어 공부가 더욱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변할 것이다.
일본어 단어 외우기가 싫은 자의 잔머리랄까 꼼수랄까 아무튼 나 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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